책소개
오늘날 언어 이론과 문법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는 저서들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일반이성문법≫은 포르루아얄 문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문법학자인 클로드 랑슬로와 철학자인 앙투안 아르노가 함께 집필한 이 책은 1660년에 파리에서 익명으로 처음 출간된 후, 1664년, 1676년, 1679년, 1709년에 계속 증보되어 출판되었다.
두 저자는 아주 간결하긴 하지만, 그들의 야심에 찬 문법이 일반적이며 동시에 이성적이라고 선언하면서 이 문법의 독창성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이것은 일반문법이다. 개별문법처럼 단순히 이런저런 언어의 여러 규칙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기술의 진정한 토대를 설명하는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은 개별 언어의 구조적 특수성을 강조하며 이 문법서가 제시하는 이론적 성찰의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하려 들지만, 언어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변형문법가들은 그들의 이성주의적 언어관의 기원을 이 저서에서 찾는다. 그 대표자로 미국의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아르노와 랑슬로가 문장의 논리적 구조를 강조한 것에 주목했으며, 그들이 자신이 생각한 고유한 어떤 개념을 먼저 파악한 선구자임을 알았다.
각 저자의 이 책에 대한 기여도를 정확하게 구별해 내기가 불가능하지만, 앞선 이론에 대한 지식과 문법에 대한 연구, 언어에 대한 구사는 랑슬로가 담당했을 것이고, 이들 잡다한 자료를 우수한 지능과 분석력으로 아르노가 종합 정리했다고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200자평
일반적이며 이성적인 문법을 설명했다는 의미의 ≪일반이성문법≫은, 엄밀하고 논리적인 연구가 돋보인다. 아르노와 랑슬로의 이 역작은 17세기 첫 출간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 왔다. 소쉬르와 촘스키, 푸코와 같은 거장들이 모두 이 책에 주목했다. 언어학자들이라면 기본적으로 봐야 할 책.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극을 받게 될 책이다.
지은이
앙투안 아르노는 프랑스의 신학자다. 1641년 파리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아우구스티누스 학설을 따라, 신의 은총에 대해 가장 엄격한 계율로 되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얀선파의 지도자가 되어 근대주의의 예수회와 대립했다.
소르본대학에서 신학 연구를 하던 중인 1643년에는 예수회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빈번한 영성체에 대해≫를 저술해 예수회와의 대립이 격화되었고, 1656년 그 대학에서 제명되었다. 그 후에는 파스칼 서한집의 자료를 정리하면서 1668년까지 파리 근교 포르루아얄 수도원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그 후 루이 14세가 얀선파를 더욱 탄압했기 때문에 1679년 벨기에로 피신해 브뤼셀에서 1694년에 생을 마감했다.
포르루아얄 수도원 부속학교를 위해 랑슬로와 함께 ≪일반이성문법≫을, 니콜과 함께 ≪논리학≫을 저술했다. 그리고 데카르트의 ≪성찰록≫에 대한 논박, 말브랑슈, 라이프니츠와의 철학적 대담으로도 유명하다.
클로드 랑슬로는 얀선파의 수도사이며 프랑스 문법가다. 포르루아얄 학파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새로운 라틴어 학습법≫, ≪새로운 그리스어 학습법≫, ≪새로운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 학습법≫ 등 언어를 배우는 새로운 방법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얀선파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자 생시랑 수도원에 은둔했다가 1680년 캥페를레 수도원에 유폐되어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아벨 에르망이 언어 시평을 쓸 때 랑슬로라는 가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옮긴이
한문희는 1972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그해 6월에 프랑스로 유학해 브장송대학교에서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교수법 분야에서 학사 학위, 언어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78년에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동안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인문대학 음성학연구소에서 조교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1979년 귀국 후,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조교수로 부임하면서 대학에서의 강의를 시작했으며, 1980년 9월 상명대학교로 자리를 옮겼고, 2009년 7월부터는 모교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음운론≫, ≪음운학 원론≫, ≪일반이성문법≫, ≪음운론의 원리≫ 등이 있으며, <실험 음성학적인 면에서 본 현대 한국어 모음 체계>, <루소와 언어의 기원>, <트루베츠코이의 음운학 원론 소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프랑스어 교육>, <e-러닝 시대의 프랑스어 교육>, <과제 기반 학습을 활용한 프랑스어 문법 교육>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서문
일반이성문법
제1부 문자와 부호에 대해 말하다
제1장 소리로서의 문자, 그리고 첫 번째로 모음
제2장 자음
제3장 음절
제4장 소리로서의 단어, 강세에 대해 논함
제5장 부호로 간주되는 문자
제6장 모든 종류의 언어로 쉽게 읽기를 가르치는 새로운 방법
제2부 다양한 형태의 단어 의미가 근거하고 있는 여러가지 원칙과 이유들을 다루다
제1장 문법의 토대를 이해하려면 우리 정신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것으로부터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다양성이 설명된다
제2장 명사, 그리고 첫 번째로 실사와 형용사
제3장 고유명사와 총칭명사 또는 일반명사
제4장 단수와 복수
제5장 성
제6장 격, 그리고 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언급해야 하는 전치사
제7장 관사
제8장 대명사
제9장 관계대명사
제10장 프랑스어의 규칙 검토 – 관사 없는 명사 뒤에는 관계대명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제11장 전치사
제12장 부사
제13장 동사, 그리고 그것의 고유하고 본질적인 것
제14장 동사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인칭과 수의 변화
제15장 동사의 여러 가지 시제
제16장 동사의 여러 가지 법 또는 양태
제17장 부정법
제18장 형용사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동사와 능동, 수동, 중립 동사들
제19장 비인칭 동사
제20장 분사
제21장 제롱디프와 목적분사
제22장 상용어의 조동사
제23장 접속사와 감탄사
제24장 통사론, 또는 단어 전체의 구성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논증 서적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책에서 만족할 만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 주제를 경시하지 않게 될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이기 중의 하나가 언어라면, 이 이기를 사람에 맞도록 아주 완벽하게 사용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것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이치를 깊이 파고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다만 습관적으로 하는 것을 학문으로 연구한다.
-4쪽
지금까지 우리는 언어의 물질적인 면만을 고찰했는데, 적어도 소리에서는 사람과 앵무새가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언어의 정신적인 면을 검토할 일이 남았다. 이것은 모든 동물들 가운데서 사람을 우위에 놓는 가장 커다란 이점 중의 하나이며, 또 사람에게 이성이 있다는 가장 커다란 증거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33쪽